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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 후기 – 병맛의 탈을 쓴 사회 풍자극, 웃음과 불편함의 기묘한 동거

by dongsgram 2025. 5. 27.

 

 

‘킬링 로맨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깨부수며, 기괴한 설정과 과장된 연출로 파격을 시도한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 하이퍼 리얼리즘 속에서 유명세, 가스라이팅,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주제를 던지며, 관객에게 독특한 질문을 남깁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기획 의도, 연출 방식, 배우들의 표현력, 관객 반응을 후기 형식으로 분석합니다.

 

 

병맛인가, 메시지인가 – 호불호의 경계에 선 이상한 로맨스

『킬링 로맨스』는 첫 예고편부터 **"이건 뭔가 이상한데?"**라는 반응을 끌어낸 작품이었다. 하이퍼 리얼리즘, 과장된 대사와 연기, 만화적인 설정과 컬러감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연출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이상함’은 단순한 병맛 코드가 아니다.

그 안에는 가스라이팅, 유명세의 함정, 여성의 자아 회복이라는 분명한 주제가 숨겨져 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도전적인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이후 본문에서는 『킬링 로맨스』를 통해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실험이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줬는지, 그 평가와 의미를 후기 형식으로 살펴본다.

 

 

웃겨야 할까, 불편해야 할까 – 과장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이야기

1. 줄거리 – 로맨스의 탈을 쓴 탈출극
톱스타 ‘여래’(이나영)는 해외에서 결혼 후, 자칭 재벌이자 가부장적인 ‘조나단’(이선균)과 함께 섬에서 갇힌 삶을 살고 있다.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던 그녀는 우연히 이웃한 고등학생 ‘범우’(정준호)와 계획을 세워 조나단을 제거하려는 ‘킬링 작전’을 벌인다. 이 말도 안 되는 설정 속에서 이 영화는 ‘여성의 탈출’이라는 비유적 장치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2. 연출 – 현실보다 만화에 가까운 과잉
이원석 감독은 현실성이 아닌 극단적인 연극성을 선택한다. 대사 하나하나가 의도적으로 과장됐고, 배우들의 표정 연기, 카메라 워크, 조명까지 모두 **비현실적인 톤앤매너**를 유지한다. 이는 불편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준다. 관객은 웃다가도, "이게 진짜 웃긴 게 맞나?"라는 혼란을 느끼게 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불편한 풍자극’으로 변모한다.

 

3. 캐릭터 – 이선균의 광기, 이나영의 분노
이선균은 완전히 망가진 ‘조나단’ 캐릭터를 정신없는 허세와 위협을 오가는 감정 폭주로 소화했다. 그의 연기는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불쾌감을 남긴다. 이나영은 단순한 희생적 여성상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를 되찾기 위한 전면적인 저항을 그려낸다. 정준호는 극의 중심보다는 조력자로서 코믹한 톤을 부여하며 균형을 맞춘다.

 

4. 메시지 – 여성의 주체성과 탈가스라이팅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히 웃기려는 것이 아니다. 여래라는 인물은 단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과정, 남성 중심 사회와 유명세 시스템의 폭력성은 과장된 설정 속에서 진지하게 묘사된다. 즉, 이 영화는

‘병맛 코미디’를 빌려 한국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실험

이라 할 수 있다.

 

 

킬링 로맨스는 실패작이 아니다 – 단지 낯설 뿐이다

『킬링 로맨스』는 호불호가 극명하다. “이게 뭐야?”라는 반응과 “이게 진짜 영화다”라는 극단적 반응이 공존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시도한 연출적 과장, 장르 파괴, 사회적 메시지는 단순히 외면받기엔 아까운 도전이다. 물론 영화는 모든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재미’와 ‘불편함’을 동시에 주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전략이다. 『킬링 로맨스』는 실패작이 아니라, 그저 지금 우리의 감각과는 다르게 설계된 작품이다. 그 다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영화는 꽤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웃기지만 진지하고, 가볍지만 묵직한 그 모순 속에서 진짜 ‘로맨스’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