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는 장르적 혼종과 과장된 코미디로 가득한 블랙코미디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여성 주체의 해방과 자아 찾기라는 묵직한 주제가 숨어 있습니다. 이상하고 불편하면서도 유쾌한 이 작품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과 메시지의 융합을 시도하며 독특한 족적을 남깁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표현 방식, 캐릭터 구조, 메시지를 후기 형식으로 분석합니다.
유쾌함 속에 숨은 저항 – 킬링 로맨스는 말장난이 아니다
『킬링 로맨스』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과장된 연기, 기괴한 대사, 현실감 없는 설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유쾌한 탈을 쓴 이야기 속엔
‘주체성을 되찾는 여성의 이야기’
라는 의외의 무게가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코미디와 스릴러, 뮤지컬과 페미니즘이 혼재된 복합 장르의 실험작이다. 이하늬가 연기한 주인공 여래는 화려한 삶 뒤에 감춰진 억압과 고통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도, 그 끝엔 명확한 자아 회복을 향한 서사가 자리한다. 이후 본문에서는 ‘킬링 로맨스’가 단순한 유희가 아닌 현대적 여성 서사의 또 다른 방식임을 후기 형식으로 풀어본다.
코미디로 위장된 주체성 찾기 – 킬링 로맨스의 양면성
1. 줄거리 – 스타에서 감금된 아내로, 그리고 계획된 탈출
톱스타 여래는 커리어의 실패 이후 남태평양 섬에서 만난 사업가 조너선과
충동적으로 결혼
하며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조너선은 절대 권력과 감정적 착취를 일삼는 독재자형 남편이고, 여래는 고립된 저택 안에서 점점 숨이 막혀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팬 ‘범우’와 함께 ‘조너선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두 사람은 기괴하고도 코믹한 암살극에 돌입한다.
2. 연출 – 과장을 통해 폭로하는 진짜 감정
이 영화의 연출은 전형적이지 않다. 캐릭터는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과장되어 있고, 대사와 음악, 편집 또한
전통적인 영화 문법을 철저히 비트는 방식
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바로 그 과장이 ‘관계의 위계’, ‘심리적 폭력’, ‘여성의 억압’을 더 날카롭게 드러낸다. 웃기고 이상한 장면 뒤에는
지독한 현실이 반사되어 있다.
관객은 웃으며 보다가 문득 불편함과 공감 사이에서 감정의 균열을 겪게 된다.
3. 캐릭터 – 여래는 피해자가 아니다, 주체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하늬가 연기한 ‘여래’는 단순한 피해자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처음엔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점차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려는 행동으로 나아간다. 범우는 어리숙하지만 여래가 변화를 결심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하고, 조너선은 마치 만화 속 악당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가부장제의 극단’을 상징
한다. 결국 여래는 누구의 구원도 없이 스스로를 선택하고, 그 결정이 곧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4. 메시지 – 관계에서의 해방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킬링 로맨스’는 그 자체로도 ‘로맨스를 죽이는’ 이야기다. 여래는 더 이상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 영화가 말하는 해방은 단지 가해자 제거가 아니라, “나는 이제 나로 존재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은 진지한 드라마가 아니라
유쾌한 광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이상하고 웃기지만, 진심은 분명하다 – 킬링 로맨스는 장르를 뚫고 말한다
『킬링 로맨스』는 코미디로 시작해 스릴러로 흘러가며, 결국은 해방 서사로 도달하는
장르 혼합의 실험
이다. 웃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웃음 뒤에 불편한 현실을 조명하고, 결국 자기 선택과 해방의 의미를 관객에게 남긴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겐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파격이
“어떻게든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
에게는 강렬한 위로로 작용한다. ‘킬링 로맨스’는 기묘하게, 유쾌하게, 그러나 가장 진지하게 당신의 자유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