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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왓차 후기 – 신이 되지 못한 존재들의 고독과 선택, 마블이 그린 철학적 히어로물

by dongsgram 2025. 6. 5.

‘이터널스’는 마블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시도한 집단적 신화형 히어로 서사로, 기존의 히어로 영화가 강조했던 영웅적 행위보다 내면의 갈등, 윤리적 딜레마, 존재의 본질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 특유의 시적 연출과 광활한 미장센은 마블 유니버스의 확장을 시도했지만, 동시에 관객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랐습니다. 이 후기는 그 철학적 메시지와 감정적 맥락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히어로물의 전환점 – 구원자가 아니라 관찰자를 내세운 마블의 실험

『이터널스』는 마블 영화지만 기존 마블 영화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화려한 액션, 속도감 있는 전개, 유쾌한 유머 대신

정적이고 사유적인 이미지

가 중심이 된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기존 MCU의 문법에서 벗어나 시간, 문명, 존재, 윤리라는 철학적 화두를 영화 전면에 배치한다. 이터널스는 지구에 수천 년간 살아온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지키기보다 관찰하고, 때론 외면하는 신의 그림자에 가깝다. 이 영화는 ‘왜 이들은 타노스와 싸우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단순한 해명보다

정체성과 존재 목적에 대한 복합적 서사

로 접근한다. 이후 본문에서는 각 캐릭터가 상징하는 가치, 감독의 연출적 선택, 그리고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후기를 구성한다.

 

 

불사의 존재, 인간보다 더 외로운 이유 – 캐릭터와 내면 서사

이터널스는 아리셈이라는 우주적 존재에 의해 창조된

신에 가까운 불사의 집단

이다. 그들은 인간보다 강하고 오래 살지만, 그 누구보다도 갈등과 혼란에 취약하다. 세르시는 인간을 사랑하지만 그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 이카리스는 절대적 신념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스스로를 파괴한다. 드루이그는 인간의 폭력성을 통제하고자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무력감과 냉소

에 빠진다. 이처럼 이터널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존재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철학적 존재다. 그들의 내면은 시간의 무게로 인해 무겁고, 불사의 운명은 그들을 외롭게 만든다. 감독은 이 캐릭터들을 ‘전지적 존재’가 아닌

갈등하는 주체로 표현

함으로써 히어로물의 정체성에 깊이를 더한다.

 

 

대사보다 풍경이 말을 건다 – 시네마틱 연출의 미학

클로이 자오의 연출은 명확한 문법이 있다. 광활한 풍경, 인물의 고요한 응시, 자연과 존재의 대비가 핵심이다.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영화와 달리

자연광과 실촬영을 강조

한 미장센이 특징이다. 사막, 바다, 숲, 하늘 등 대자연 속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이들이 신일 수는 있어도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고독한 감정을 부각시킨다. 또한 영화는 대사보다 침묵이 많고, 장면 전환도 서두르지 않는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는 때로 ‘지루하다’는 평을 받지만

감정의 여운을 길게 남기는 방식

으로 작용하는 장면도 많다. 특히 우주적 차원의 존재가 가족, 연인, 공동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들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 영화는

형식적 실험과 감성적 몰입을 동시에 시도

한 마블의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마블의 철학, 대중과의 거리 – 실패인가 진보인가

『이터널스』는 MCU 역사상 가장 낮은 평점을 받은 작품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히어로 장르의 확장을 진지하게 시도한 몇 안 되는 영화

이기도 하다. 왜 대중은 이 작품에 냉담했을까? 그 이유는 기존 마블이 제공해 온 빠르고, 명쾌하며, 감정적으로 쉬운 서사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과 내용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즐거움’보다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신화적 존재가 인간의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 구원자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는 구조는

히어로물의 공식적 쾌감을 해체

시킨다. 따라서 『이터널스』는 흥행보다 의도와 철학이 더 중요한 작품이며, 히어로 서사도 철학적 깊이를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실패인가? 어쩌면. 하지만 그 실패는

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갱신하려는 용기의 산물

이었다.

 

 

이터널스 – 가장 인간적인 비인간들, 그들의 선택은 우리와 닮아 있다

『이터널스』는 히어로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정의로운 행동, 압도적인 힘, 빠른 판단력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말한다.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질문이고, 그 질문 앞에서 망설이는 용기라고. 이터널스는 불사의 존재이지만

결국 인간처럼 상처받고 선택한다

. 그 모습은 가장 강할 수 있는 존재들이 가장 약한 부분을 숨기지 않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정한 ‘영웅성’이다. 『이터널스』는 마블 영화지만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려 한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향후 MCU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