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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죽은 자들의 기록 후기 – 분위기는 훌륭했지만, 몰입은 왜 끊겼을까?

by dongsgram 2025. 5. 24.

 

 

 

영화 ‘유령: 죽은 자들의 기록’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첩보 스릴러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시각적 완성도와 미장센,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돋보이지만, 스토리의 전개와 감정의 몰입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령’의 장점과 단점, 작품의 메시지와 흥미로운 연출 포인트들을 후기 형식으로 분석합니다.

 

한국형 첩보물의 야심, 그러나 조용히 사라진 이유

2023년 개봉한 『유령: 죽은 자들의 기록』은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시대극 첩보 스릴러로 주목받았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조선총독부 내의 ‘스파이’를 소재로 한 구조, 그리고 박소담, 설경구, 이하늬, 서현우 등 다채로운 배우들의 조합. 겉으로만 봐도 무게감과 기대치가 높았던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 후 반응은 엇갈렸다. “세련되고 예쁘다”는 평도 있었지만, “스토리가 산만하다”, “감정선이 안 보인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흥행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조용히 극장에서 내려왔다. 이 글에서는 ‘왜 이 영화가 매력적이면서도 몰입이 안 됐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장단점을 정리하며, 관객의 입장에서 후기를 남겨본다.

 

 

강한 컨셉, 약한 내러티브 – 『유령』이 가진 빛과 그림자

1. 미장센과 분위기 – 확실히 매혹적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채색 톤의 화면에 강렬한 대비와 섬세한 조명을 활용한다. 1930년대라는 시대 설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디자인의 일부로 작동하며, 배우들의 복장, 건물, 소품 하나하나가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박소담과 이하늬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정적인 프레임 속 긴장감을 잘 구현했고, 각 인물의 위치, 시선 처리, 동선이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이러한 시각적 요소만큼은 국내 상업영화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2. 캐릭터는 살아있지만, 감정선은 부족
문제는 이야기의 구성이다. ‘유령’이라는 코드명을 중심으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를 추리해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각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감정선이 빈약하다. 관객은 누군가가 죽거나 배신해도 큰 감정적 동요 없이 넘어가게 된다. 설경구는 늘 그렇듯 묵직하고 안정적이지만, 그 캐릭터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하늬는 매혹적이지만 왜 감정이 급격히 바뀌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배우는 열연했지만 캐릭터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가 됐다.

 

3. 속도감의 불균형 – 초중반의 정체감
초반은 복선과 캐릭터 배치에 치중한 나머지 흐름이 상당히 느리다. 영화가 절정을 향해 달릴 때는 빠르지만, 그 전까지는 긴장보다 피로가 먼저 온다. 이런 구성은 끝까지 보기엔 다소 지치게 만들며, 몰입에 방해가 된다.

 

4. 메시지는 분명하다 – 침묵과 저항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는 강하다. 직접적인 독립운동 서사가 아닌, 체제 내에서 저항하는 스파이들의 선택은 기존 독립 영화들과 다른 접근이다. ‘선택’의 무게, ‘가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며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

 

 

‘유령’이라는 이름의 잔상 – 성공적인 시도, 아쉬운 결과

『유령: 죽은 자들의 기록』은 **시도 자체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첩보 장르, 그리고 여성 중심 서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분명 높이 평가받을 요소가 많다. 그러나 이야기의 긴장 구조, 감정선 설계, 캐릭터 심리 묘사에서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분위기는 훌륭했지만,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이 어울린다. 관객 입장에서 본다면

‘한 편의 세련된 영상’을 감상한 느낌은 남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간 느낌은 부족한

영화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령’이 실패작이 아니라, 더 정제된 한국형 첩보물을 위한 과정이라면 그 다음에 나올 작품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춘 상태에서 ‘시각적 감상’을 중심으로 관람하길 추천한다. 그럴 경우엔 이 영화가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