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전작 ‘스파이더버스’의 후속작으로, 시각적 실험과 멀티버스 개념을 한층 확장하며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와 철학적 주제를 함께 담아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깊은 감정선, 서사의 구조적 파격까지 더해진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 장르를 넘는 예술적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출, 테마, 캐릭터를 중심으로 후기 형식으로 분석합니다.
히어로의 조건은 거미줄이 아니라 선택이다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다시 한번 무너뜨린 실험
이며, 동시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전작에서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면, 이번 작품은 “하지만 모든 스파이더맨이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가?”라는 더 복잡하고 도발적인 물음을 던진다. 마일스 모랄레스는 더 이상 ‘초보 히어로’가 아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선택의 무게, 체계의 압력, 개인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맞닥뜨린다. 이후 본문에서는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인물과 철학을 확장했는지 후기 형식으로 분석한다.
스타일을 넘는 감정, 구조를 초월한 서사
1. 줄거리 – 더 넓어진 세계, 더 복잡한 갈등
마일스는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양육 문제 + 성장통 + 학업 스트레스’까지 겪는 평범한 소년이다. 하지만 그가 다시 ‘스파이더버스’를 마주하면서 이번엔
“운명이라는 필연”
에 맞서게 된다. 수많은 평행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이 자신들의 역할과 고통을 감내하는 가운데, 마일스는 “왜 나는 이 규칙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가?”를 외친다.
2. 연출 – 장면마다 다른 우주의 시각 언어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장면마다 화풍, 색감, 연출 기법이 달라지는 구조다. 스파이더 그웬의 세계는 수채화로 흐르고, 인도계 스파이더맨의 도시 ‘문바탄’은 활기찬 색채 폭발, 피터 B. 파커의 세계는 만화풍, 스파이더펑크는 콜라주 스타일로 구현된다.
“우주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다”
는 설정을 단지 서사가 아니라 비주얼로 구현해낸 점은 이 영화가 왜 ‘예술작’으로 평가받는지를 증명한다.
3. 감정선 – 선택과 고립, 히어로의 외로움
마일스는 자신이 ‘예외’임을 자각하며 공통된 운명(아버지의 죽음)을 거부하려 한다. 그를 막는 건 스파이더맨들이다. 그들은 “고통 없는 히어로는 없다”고 말하지만 마일스는 묻는다.
“그 운명을 누가 정했지?”
그 질문은 곧 시스템, 질서, 전통, 서사 구조 자체를 흔드는 행위다. 이는 단지 히어로 장르가 아니라 모든 이야기 구조에 대한 메타비평으로도 읽힌다.
4. 캐릭터 – 마일스는 이제 ‘고민하는 히어로’다
1편의 마일스는 “책임”의 의미를 배웠고, 2편의 마일스는 “자기결정권”의 대가를 치르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싸우는 히어로가 아닌, 고뇌하고 거부하고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히어로를 보여준다. 그웬의 감정선도 탁월하다. 그녀 역시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는 운명 앞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스파이더맨”이라는 복잡한 위치
를 이탈하려 한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정해진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다.
이야기를 바꾸는 히어로 –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예고편이 아니다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단순한 2편이 아니다. 이 영화는
1편보다 더 대담하고, 3편을 위한 예고편이 아니라 독립된 예술 작품
으로 기능한다. 엔딩은 열린 결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서사적, 시각적, 감정적 완성도는 어느 시리즈보다 충실하다. 이 영화는 ‘운명’이라는 클리셰를 가장 시각적으로 파괴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으로 설득한다. 마일스는 이제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진짜로 입증하려 한다. 그리고 그 길은
히어로물이 도달한 새로운 세계
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