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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후기 – 핑크빛 웃음 속 날카로운 사회비판, 대중적 페미니즘의 새로운 시도

by dongsgram 2025. 5. 24.

 

 

영화 ‘바비(Barbie)’는 단순한 인형 실사화가 아닙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화려한 핑크색 세계 속에 여성성과 정체성, 젠더 고정관념,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담아냈습니다.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빛나는 가운데, 대중성과 메시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를 후기 형식으로 분석합니다.

 

장난감에서 시작된 문화 혁명 – 당신이 아는 바비는 없다

2023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영화 『바비(Barbie)』는 단순한 인형 실사화 이상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문화적 현상이 된 이 영화는, 화려한 시각적 유희와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함께 담아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단지 바비의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혹은 왜곡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처음엔 웃다가, 중반 이후엔 묘한 불편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후 본문에서는 바비가 단순한 ‘여성 영화’인지, 혹은 남녀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영화가 대중적 페미니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지를 살펴본다.

 

 

바비랜드에서 현실로, 환상 너머의 사회적 질문

1. 스토리 – 바비랜드는 이상향인가 환상인가?
영화는 ‘바비랜드’라는 완벽한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시작된다. 모든 직업은 바비가 하고, 켄은 존재만 할 뿐이다. 그러던 중 마고 로비가 연기한 ‘기본 바비’가 죽음, 셀룰라이트, 자아 붕괴 같은 현실의 개념을 자각하면서 현실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구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여성에게 투영된 사회적 기대’와 ‘정체성 혼란’을 상징한다. 그리고 현실에 도착한 바비는 반대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 충격을 받게 된다. “현실은 바비랜드와 정반대였던 것.”

 

2. 캐릭터 –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의 미친 존재감
마고 로비는 바비라는 상징적 캐릭터를 단순한 인형이 아닌 자아를 탐색하는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한다. 초반의 유쾌함과 후반의 슬픔, 혼란, 각성까지 그 감정선이 매우 자연스럽다. 라이언 고슬링의 ‘켄’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다. 그는 현실에서 남성 권력을 배우고, 이를 바비랜드에 적용하며 ‘켄랜드’를 만들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 캐릭터는 남성성에 대한 풍자와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켄의 입을 통해 던진다.

 

3. 연출과 대사 – 유쾌하지만 예리하다
영화 전반은 핑크빛, 뮤지컬적 연출, 슬랩스틱 코미디 등 매우 대중적인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대사와 설정은 날카롭다. 대표적인 예는 바비가 현실에서 한 소녀에게 듣는 말이다. “너는 여성 억압의 도구였어. 스스로도 모르고.” 이 장면은 영화의 톤을 완전히 전환시키며 관객이 단지 웃고만 있을 수 없게 만든다.

 

4. 메시지 –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가 단지 여성 중심 영화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쉽다. ‘바비’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여성도, 남성도, 사회가 규정한 방식대로 살 필요는 없다.”

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바비도, 아무 것도 없는 켄도 진짜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야만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여정을 그레타 거윅은 **화려한 패러디와 상징, 유머로 풀어냈다.

 

 

바비는 끝나지 않았다 – 웃으며 보는 시대의 자기 고백

『바비』는 분명 논쟁적인 영화다. 하지만 그만큼 시대가 요구한 질문을 용기 있게 던진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정면에서 꺼내면서도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다. 대신 대중적 언어와 유쾌함으로 사회 구조의 모순을 보여준다. 남성 관객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켄은 바비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자신을 재정의하려 한다. 이건 단지 남성/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바비는 끝났지만, 바비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는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 모두가 바비랜드를 벗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