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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후기 – 계급의 경계에서 자란 비극, 봉준호가 그린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

by dongsgram 2025. 6. 3.

 

‘기생충’은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을 유쾌하면서도 냉철하게 그려낸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으로,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세계적 작품입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과 상징적 공간 설계, 그리고 촘촘한 캐릭터 서사가 더해져 단순한 블랙코미디를 넘어선 계급 심리극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출 구조, 주요 상징, 캐릭터 심리 중심으로 후기를 정리합니다.

 

 

‘같은 공간, 다른 세계’ – 기생은 누구인가, 숙주는 누구인가

『기생충』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며, 스릴러나 반전 영화로 정의되기도 어렵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가장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계급의 풍경화

라 표현한다. 반지하와 언덕 위 저택, 비와 냄새, 냉소와 폭발,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를 은유한다. 지하에서 시작해 지상으로 잠시 올라갔다가 다시 땅 밑으로 내려가는 인물들의 경로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개인이 이동할 수 있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후 본문에서는 ‘기생충’이 말하는 계급, 공간, 폭력의 본질을 후기 형식으로 풀어본다.

 

 

계급은 장소가 아니라 구조 – 봉준호의 공간 설계와 사회비판

 

1. 줄거리 – 취업에서 침입까지, 가족의 전략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은 모두 백수로 살아가며 피자 상자 접기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중 아들 기우가 친구 소개로 부잣집 과외 자리를 얻으면서 가족 전체가 박 사장네 고용인으로 침투하게 된다. 계획적인 위장, 추천 릴레이, 그리고 서서히 파고드는 거짓말은

자본에 기생하려는 ‘현대적 생존 전략’

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전략은 또 다른 지하 세계(지하실 남자)의 존재와 만나면서 폭력적인 결말로 향하게 된다.

 

2. 연출 – 계단, 냄새, 비, 구조적 상징의 설계
영화 전체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반복 구조로 짜여 있다. 박 사장네 집으로 갈 때는 위로, 고향집으로 돌아올 땐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비는 모든 것을 씻어내는 듯하지만, 반지하 가족에게는 침수의 재난이 되고, 박 사장 가족에게는 풍경이 된다. 특히 냄새라는 요소는

계급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

로 작동한다. 기택은 자신의 존재가 ‘냄새’로 규정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좌절을 느낀다.

 

3. 캐릭터 – 기택은 왜 웃고 있었는가?
기택은 영화 내내 복종적이고 무기력한 가장이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폭력으로 돌변

한다. 그의 폭력은 계획도 아니고, 의지도 아닌, 억눌린 감정의 즉흥적 폭발이었다. 그는 결국 지하실에 숨고, 기우는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불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가 계획을 말하고, 기택이 웃고 있는 모습은

현실적 불가능성을 환상처럼 포장한 ‘자본주의의 희망 서사’

를 비판하는 엔딩이다.

 

4. 메시지 – ‘기생충’은 누구인가
이 영화의 제목 ‘기생충’은 단순히 기택 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 사장 가족도 하인을 부리며 그들 노동에 기생한다. 지하실의 남자 역시 주택이라는 구조에 기생해 살아간다. 즉, 이 사회 전체가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방식으로만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기생자이며 숙주이다.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충돌은 필연적이다.

 

 

웃기고 잔인하며 정확하다 – 기생충은 시대를 기록한 블랙코미디

『기생충』은 한국 영화사의 분기점이며, 동시에 세계 영화사에도

계급 서사의 새로운 문법

을 제시한 작품이다. 봉준호는 웃음을 가장한 잔인함, 비극을 가장한 유머로 이 사회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이 영화는 단지 현실 비판을 넘어

‘구조 안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

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택의 가족은 무너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수많은 반지하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